정숙한 세일즈(2024 · JTBC · 코미디/TV드라마)
토 일 방영, 2024년 10월 12일 ~ 2024년 11월 17일 (예정)
1. 시대 배경
이 드라마는 1992년을 배경으로 성인용품 방문판매하는 여성 4인방을 소재로 한다. 그 시절을 유년기로 보낸 나로서 시대적 배경이 꽤 어색해서 찾아보니 역시 영국 드라마가 원작이었다.
참고로 1992년은 어떤 해였냐면, 마광수 교수(1951~2017)가 겨우 야한 소설책 때문에 징역 선고를 받은 해이다. 이런 서슬 퍼런 시대에 게다가 도시도 아닌 시골에서 도발적인 담론이 가능한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맞다. 하지만 방송작가가 구태여 1992년을 정한 이유가 고(故) 마광수 교수를 기리는 것이라면 그런대로 의미 있을 것이다. 원작인 Brief Encounters의 배경은 1980년대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사라 음란물 지정 및 탄압 사건
1992년 10월 29일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마광수가 집필한 소설 《즐거운 사라》가 형법 제243조 및 244조의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강의 도중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체포된 후 법정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징역을 선고받은 사건.
나무위키
2. 방송작가
작가인 최보람은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4~시즌 14를 공동 집필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막영애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어 이 드라마의 설정은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막영애의 설정이 자꾸 떠오르긴 한다. 아마도 영업을 뛰는 회사원들의 애환을 담아서일 것이다.
그 시절의 막영애를 지금 처음 방영한다면 아마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 조기종영될 것 같다. 시간에 따라 윤리적 가치관이 바뀌는 것은 흥미로운 포인트이다.
3. 남주 연우진
<정숙한 세일즈> 출연진, 와챠피디아
사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남자 주인공인 연우진을 잘 몰랐지만 그는 2010년에 TV에 데뷔한 중견배우이다. 그런데 연우진은 현재 내가 거주 중인 강릉의 아들(강원도 강릉 출신)인 것이 눈길을 끌었다. 앞서 2번에 이야기했던 막영애 시리즈에서 킹카인 산호가 객관적으로 평균 이하인 영애와 러브라인을 그리듯이 이 작품에서도 비록 고추 아가씨 출신이긴 하지만 엄연히 애 딸린 돌싱과 러브라인을 그리는 마을에서 제일 잘생기고 똑똑한 '총각' 역할을 한다. 아무래도 주된 시청자가 여성이다 보니 이 역시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어쨌든 그는 베테랑답게 오글거리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연기를 선보인다.
배우 연우진
4. 방문판매
다단계 판매와 후원방문판매의 차이. 서울시 제공
드라마 속 방문판매는 다단계 판매를 기본으로 한다. 보다 고상한 용어로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오히려 가난하고 고용이 불안정한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기적의 일자리처럼 묘사한다. 실제로 다단계 판매는 가입비, 의무구매, 강제성의 속성을 띈다면 불법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방문판매법을 교묘히 피해 사실상 의무구매를 하도록 만든다. 아마 실제로 1990년대였다면 다단계 판매시장은 불법이 더욱 횡행했으리라. 반대로 이야기하면 피라미드 꼭대기에서는 황금을 낳는 거위였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다단계 판매뿐만 아니라 여전히 남아있다. 대기업의 대리점 물량 떠넘기기는 남양유업 갑질 사태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여전히 여러 모습으로 남아있다.
5. 인상 깊은 장면
뮤지컬 배우 출신인 정영주가 분한 마을 유지이자 부동산(공인중개사) 사장님 부인 허영자의 에피소드이다(참고로 정숙의 남편인 권성수 역시 뮤지컬 배우 출신인 최재림이다). 허여사는 모두 까기 인형으로 설정되는데, 주인공 일행은 이러한 난관을 뚫고 성인용품 판매에 성공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친구인 허여사의 딸(엄서연, 배우 전수지 분)이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 아버지 뜨밤(뜨거운 밤)을 보내는데 실패한다. 허여사의 남편은 성인용품을 핑계로 화를 내고 내연녀와 외박을 했던 것이다. 주인공은 그 소식을 듣고 후환이 두려웠다. 하지만 다음 날 우연히 마주친 허여사는 이들에게 지난밤이 얼마나 황홀했는지 칭찬하며 오히려 지인들에게 방문판매를 알선한다. 이 '연기'를 연기하는 장면에 배우의 얼굴엔 웃음뿐이었는데 시청자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우리는 그렇게 잘 사는 척 오늘도 연기를 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은 틀렸다. 멀리서 봐도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다.
배우 정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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