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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 - 흑수저 의미, 흑수저/백수저 식당

세잎클럽 2024. 10. 1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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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흙수저와 금수저 이야기가 시대적 화두가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흙수저와 반대되는 금수저라는 개념은 서양에서는 Silver spoon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동서양을 떠나 태어날 때부터 자산(asset)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구분하고 있다.

이 새로운 요리 예능에서 묘하게 흙수저와 같은 발음을 주는 흑수저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흑백요리사 흑수저의 의미는?

1. 흑돌 : 바둑의 하수

2. 흙수저 : 기존 유명 셰프에 비해 낮은 유명세와 이에 비례한 매출(소득)

본 프로그램은 총 12화로 제작되었는데 현재 4화까지 공개되어 있다. 매주 화요일 공개한다. 처음에 흑수저요리사 80명 중에는 예능 캐릭터들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요리 실력보다 인지도 향상을 위해 온 사람들이 프로그램 재미를 위해 소비되었다.

 

백수저 식당

 

흑수저 식당

 

방송 출연 등으로 인지도가 높거나 타 경연 대회 우승자 출신 유명 셰프*로 구성된 백수저 20명과 붙기 위한 흑수저들의 테스트는 상당히 가혹했다.

* 스타 셰프, 최현석, 중식 그랜드 마스터 여경래, 마스터 셰프 코리아 2 우승자 최강록, 한식대첩 2 우승자 이영숙 ,아이언 셰프 우승자 에드워드 리 등

이들을 테스트하는 심사위원은 2명이다. 대중성을 고려한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백종원, 미슐랭 3스타 식당* 오너 셰프 출신 안성재로 이루어졌다. 이들 중 한 명이 즉석에서 맛을 보고 바로 당락을 결정했다.

간이 모자라서(짜서) 탈락입니다.

심사위원이 흑수저 조리대 앞에서 맛을 보고 말한다.

애매하면 심사위원 두 명이 같이 맛을 보고 결정했다. 공정성 측면에서 그리고 출연진들의 기나긴 촬영시간과 대기시간을 생각해 볼 때 적은 심사위원 수가 상당히 아쉬웠다.

* 현재 '모수 서울'은 폐업함

 

백종원, 안성재

무대 구성은 백수저들이 위에서 흑수저들 의 대량학살을 관전하는 구도로 설치했다. 이러한 환경 설정은 흑수저들의 계급갈등, 다시 말해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이다.


그런데 흑수저 20명을 선발하고 나서 반전이 일어난다. 흑수저와 백수저 1:1 승부가 시작되었는데 블라인드 심사로 요리의 과정마저 볼 수 없게 하였다. 순전히 미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공정성을 기하는 측면에서는 참신했지만 그 장면은 상당히 웃음벨이었다. 아마 출연자들도 웃참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블라인드 시식 장면

다만 나는 요리의 미각적 요소와 조리 과정, 셰프의 의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라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예능을 위한 장치라고 보며, 흑백 계급전쟁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이었을 것이다.

백수저에 대한 흑수저의 투쟁은 참담했다.

백수저 7: 흑수저 1

4화까지 공개된 내용을 보면 8명 중 7명의 백수저가 순전히 맛으로만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라인드 심사를 통과했다. 생존자 흑수저 1명도 사실 (백수저에 가까운) 파인 다이닝 경력자인데다가 심사위원 의견이 갈린 끝에 겨우 통과했다. 비유를 하자면 A매치 금융공기업 끝판왕인 한국은행에서 아무리 공채로 신입사원을 채용해도 막상 합격자는 서울대생이 대부분인 것처럼 요리는 명성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만드는 것임이 드러났다.

서울대생이라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서울대를 입학한다.

유명 셰프 요리라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맛있어서 유명 셰프가 된 것이다.

오히려 흑수저에 대한 편견만 커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기획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재능이라는 것은 유전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출연자들 중 노력하지 않은 셰프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 유전적 우월성이 그들의 차이를 만들었을 것이기에 안타까웠다. 사실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이 우연히 물려준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이니까. 그리고 선천적 재능을 가진 이들이 후천적 노력을 하면 따라잡기 쉽지 않다. 다시 한번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씁쓸함이 느껴진다. 기회는 모두에게 준다고 모두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흑수저가 언더독의 반란으로 백수저를 꺾고

최종 우승한다고 할지라도

시청자들이 마냥 기쁠 것인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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