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최근 개봉한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여 화제가 된 작품이다. 출연진도 쟁쟁하다. 주연인 유명 배우 강동원(천영 역), 박정민(이종려 역) 외에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로 이름을 날린 조연들로 김신록(재벌집 막내아들), 진선규(범죄도시, 극한직업), 정성일(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연진이 남편)이 있다. 거기에 더해 선조 역을 맡은 차승원이 사실상 악역을 잘 소화했다.
이 영화의 서사를 표현하자면 반봉건 제도를 부르짖는 시대착오적 공산주의 찬미극이 아닐까 싶다. 80년대 말 치기 어린 미국 대사관 방화사건을 일으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주사파 대학생 시절, 혹은 F**king USA를 외쳤으나 우연히 강남스타일로 빌보드차트 2위까지 갔던 싸이(PSY)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감독 필모그래피의 흑역사가 될 예감이라는 뜻이다.
영화는 임진왜란 직전 역사상 실제 인물인 정여립이 대동계를 조직하여 모반으로 몰려 죽음을 당해 효수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준다. 이 영화가 신체가 난자당하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고어(gore) 장르임을 암시한다.
초반 노비종모법에 따라 양인(良人)이었던 주인공 천영이 노비 생활을 하는 모습에서 양반의 사악함을 묘사한다. 감독은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모순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이후 영화는 교차편집을 통해 도망치는 선조가 백성들을 도륙하는 장면과 한양에서 왜군과 싸우는 의병들의 모습을 비교한다. 꽤나 교과서적으로 전쟁 포스터 같은 연출은 그 계몽적 의도가 빤히 드러나 실소를 자아냈다.
주인공 강동원의 일대일 현란한 액션신을 강조하려고 한 건지, 제작비를 줄이려는 고육지책인지 몰라도 임진왜란, 정유재란 포함 7년 후로 통편집 돼버린다. 이 부분은 관객의 기대를 꽤 배신하게 한다. 앙꼬 빠진 찐빵이라고 해야 할까?
이후 선조는 홀라당 타버린 경복궁을 무리하게 재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역사왜곡에 가깝다. 실제로 선조는 중건을 대부분 포기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선조는 "권력은 관념이고 궁궐은 실체"라는 꽤 유물론적 대사를 날린다. 이 영화는 따지고 보면 왜군과 싸우는 조선인이라는 단순한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계급주의 정치철학을 욱여넣으려는 심산이 있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게 만든 이유였다. 영화의 배경인 16세기에는 마르크스, 아니 생시몽조차 태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여립과 그의 정신적 후계자 격인 의병들을 사회주의자로 만드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지극히 평면적인 인물인 살인기계 천영을 통해 감독이 꿈꾸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원래 꿈은 꿀 때 달콤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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