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아 되(Folie à deux)
공유 정신병이란 한 사람의 망상적 신념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어 이 망상적 신념을 다수 간에 공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정신의학 용어. 정신의학 표준인 DSM-5에서는 단독병명에서 제외 - 나무위키
CGV에서 영화를 보았다. 스몰세트(팝콘S+콜라S) 9천 원에 팝콘은 반반으로 주문했다. 달콤한 맛, 바질어니언 맛으로 선택했더니 나름 꿀조합이었다. 영화관람 전 입장을 기다리며 절반은 먹은 듯.
<Spoiler Alert>
이 작품은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이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조커>의 후속작이다.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기억되어 보게 되었다. 사전 정보가 거의 없이 접했는데 <라라랜드> 같은 뮤지컬 영화이자 법정 드라마이다. 두 장르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다시 말해 대중성이 떨어져서 전작에 비해 흥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영화 제목이 공유정신병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레이디 가가가 할리퀸으로 등장해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전작을 보아야 주인공과 법정에 선 증인들의 심리상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전편의 시청은 필수에 가깝다.
사운드 넘버는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 배경에 맞게 재즈 스탠더드와 올드팝에서 따왔다. 전작에도 등장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That's Life 외에도 Close to you 등 많은 노래를 레이디 가가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앞서 법정 드라마라고 말했듯이 전작에서 벌인 조커의 살인에 대한 법정 진술과, 그의 모진 수감 생활이 주된 내용이다 보니 상당히 밋밋한 감이 있다. DC에서 그린 나름대로 카리스마 넘치는 조커의 행적을 기억하는 이들의 실망감 뿐만 아니라, 1편에서 보인 범죄인으로 거듭나는 정신장애 인셀남의 멋진 변신을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주인공이 죽도록 얻어맞고 감금되는 내용이 반복되는 것은 스토리에 자신을 감정이입하는 관객의 기대에 반한다. 레이디 가가가 조커를 철저히 이용하는 설정 역시 거부감이 든다. 마치 자식을 구하려다 같이 뱀의 먹이가 되는 라오콘처럼 조커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라오콘 군상
아서 플렉은 조커라는 군중의 환상을 만들었고 극 후반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자신은 실제로 조커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그러자 모두 그를 버리고 환상은 끝장난다.
Never meet your heroes.
재미있는 사실은 이럴 경우 인간은 자존감을 지키고 자기부정을 피하기 위해 종종 다른 선택을 한다. 전설적 투자자인 빅터 니더호퍼도 <Practical Speculation>에서 우주의 메시지를 듣고 종말이 온다고 주장한 머라이언 키치(Marian Keech)의 사례를 인용한 바 있다. 그의 추종자들은 예정된 종말의 날 종말이 일어나지 않자 자신들이 기도해서 종말을 멈췄다고 생각해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종교와 선지자, 성인, 신에 대한 믿음 역시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다시 주인공 아서 플렉으로 돌아가 보자. 그가 만든 조커의 환영은 어쩌면 감옥처럼 비참한 삶을 외면하고 다른 멋진 삶을 꿈꾸는 우리와 비슷하다. 미셸 푸코가 말했듯이 겨우 먹고살 만한 월급을 받는 노동자가 대부분인 자본주의의 삶에 성공은 신기루에 가깝다. 조커가 그리는 법을 초월한 자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가권력(법원)이 테러로 파괴되어 일시적인 자유를 누리다가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지독히 현실적인 서사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 자신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불편하다. 이 영화관을 박차고 나가면 세상이라는 거대한 감옥과 불친절한 간수들을 마주할 테니까 말이다.
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적고 마치겠다. 정신병자가 되는 것은 안타깝게도 특권에 가깝다. 그러기에 현대인은 과대망상, 양극성장애(조울증) 혹은 우울증, 트라우마 같은 정신질환을 갖고 (수용소를 닮은) 쳇바퀴 인생에 애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저서 <느낌의 발견>에서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 하나에는 인격은 하나 뿐이다고 한다. 설사 그가 다중인격자라고 해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다중인격자는 머릿 속에서 연극을 벌일 수 없고 등장인물이 다른 모놀로그(1인극)만 가능하다.
영화 속 조커, 혹은 아서 플렉도 조커로 계속 사는 것이 어렵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는 삐에로 분장과 우수깡스러운 색깔의 정장이 필요했다.
Ne devient pas fou qui vent.
미치고 싶다고 해서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크 라캉 Jacques La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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