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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카페 막내아들

세잎클럽 2024. 10. 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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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관광지에 우후죽순 생기는 대형 베이커리카페들. 한 번쯤 지나가다 보았거나 방문했을 것이다. 한적한 해변가 여기저기 나타난 이 정체불명의 거인 같은 카페들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정확한 통찰을 위해서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개인의 소득은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으로 나뉜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따르면 연간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을 초과하는 계층은 상위 0.01~0.1%에 불과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노동소득이 훨씬 많은 셈이다.

 

하지만 이를 다시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을 쪼개서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즉, 노동소득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반면, 자본소득은 매우 불평등하다.

 

노동소득 : 상위 10%가 전체 노동소득의 25~30%를 차지

자본소득 : 상위 10%가 전체 부(자산)의 50~90%를 소유

첫째,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모든 국가, 모든 시기에서 이런 규칙적인 패턴이 발견되며, 그 정도가 언제나 매우 놀랍다는 것이다. 이 현상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살펴보면, 노동소득 상위 10퍼센트가 일반적으로 전체 노동소득의 25~30퍼센트를 받는 반면, 자본소득 상위 10퍼센트는 항상 전체 부의 50퍼센트 이상을 소유한다.(90 퍼센트를 소유하는 사회도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임금 분포에서 하위 50 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체 노동소득에서 상당한 몫을 받는 반면(일반적으로 4분의 1이나 3분의 1, 즉 상위 10퍼센트가 차지하는 몫과 비슷하다). 부의 분포에서 하위 5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본을 전혀 혹은 거의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들은 항상 전체 부의 10퍼센트 이하를, 일반적으로는 5퍼센트 이하를 소유한다. 이는 가장 부유한 10퍼센트가 차지하는 몫의 10분의 1 수준이다.) 노동과 관련된 불평등은 일반적으로 그리 심하지 않으며 거의 합리적으로 보인다.(불평등이 합당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그렇다. 이 점이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반면 자본과 관련된 불평등은 항상 극심하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자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자. 이 글의 제목에 적은 투자는 부동산, 유가증권, 지적재산권 등 각종 유무형자산을 이용해 벌어들이는 소득이다. 쉽게 말해 노동소득이 아닌 소득, 불로소득을 말한다. 토마 피케티에 따르면 자본소득을 구하는 공식은 자본주의 역사상 일반적인 채권수익률인 5%로 본다. 이는 임차보증금(전월세) 전환율 개념과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2024년 7월 서울 기준 전월세전환율은 5%(전국 5.8%)이다.

 

지역별 전월세전환율, KOSIS

예를 들어 1억 원의 부동산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연간 자본소득은 500만 원(월세 41.6만 원)이다. 10억 원이 있다면 그는 연 5천만 원(월 416만 원)의 수익을 거둘 것이다. 그토록 바라는 건물주의 삶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국내 근로자 홍길동 씨의 근로소득이 5천만 원이라면, 1인당 gdp 34,165 달러(작성일 현재 환율, 약 4천7백만 원) 임을 고려해 볼 때 결코 고소득 계층은 아니다. 하지만 만일 홍길동 씨가 거둔 소득이 자본소득으로 연 5천만 원을 거둔 것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에게는 최소한 10억 원 이상의 자산이 필요하다. 일하지 않고 벌 수 있는 5천만 원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리고 홍길동 씨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아슬아슬한 턱걸이로) 상위 10%의 삶을 살고 있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부자들이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안정적 수익률(5%)을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본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본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부자가 아닌 노동소득을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이들은 레버리지를 동원한 무리한 투자 수익률을 추구한다. 그 결과는 이자 지출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이다.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는 음의 되먹임 구조(negative feedback, 악순환)로 나타난다. 실제로 1 분위(저소득층) 가처분소득은 4년 전보다 36% 낮아지고, 5 분위(고소득층)만 4.1% 증가했다.

 

* 개인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이자비용 등의 비소비성 지출을 뺀 것.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제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많아진 이유를 이야기를 마무리하겠다. 자본을 이미 가진 상위 10%에게는 자본의 보존이 최대의 문제라는 것을 알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 입장에서 자녀에게 자본소득을 물려주려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를 '절세'라고 한다. 대형 베이커리카페가 늘어난 데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하면 300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그리고 세법상 가업상속에 해당하는 업종은 커피전문점과 부동산임대업은 불가능하지만, 빵집은 가능하다. 베이커리카페는 업종 상 빵집으로 분류된다. 이로써 수익성과 무관하게 토지와 건물에 수백 억 원을 들여 지은 대형 베이커리카페에 영 앤 리치 사장님이 일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Q.E.D

 

국세청

 

연봉 5천만 원이 전부인 홍길동 씨의 영끌 대출이자는 자본소득을 거두는 상위 10%의 예적금이 될 것이며 다시 베이커리카페를 짓는 자본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그렇게 자본주의의 자본은 순환한다. 그토록 애타게 찾는 홍길동 씨의 경제적 자유는 베이커리집 막내아들이 대체로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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