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뉴욕 출신으로 리조토를 좋아하고 순대국밥을 난생처음 먹은 한 사내가 있다. 그는 펜싱 전 국가대표이자 메달리스트 남현희와 결혼 예정이었던 전청조이다.
https://wom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856#_mobwcvr
그가 애정 했던 강화도의 뉴욕뉴욕 포크커틀릿(돈가스)은 언젠가 꼭 한 번 가야겠다. 카카오맵 리뷰가 도움이 될 것이다.
언론에 결혼 발표 후 전청조의 사기 행각이 드러난다. 그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대중에 공개되기 전까지 시그니엘에 거주하고 경호원을 대동하니 남현희를 포함하여 시그니엘 부자들조차 그를 믿었다. 후속 폭로기사와 증언들이 물밀듯이 넘쳐나니 그는 이제 2023년의 마지막을 작성할 밈(meme)이 되었다.
인간은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낄 때 기쁜 법이다. 그런데 정말 사기를 안 당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https://www.news1.kr/articles/5212241
라캉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명제는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몇 년 전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콘셉트로 특집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는데, 아나운서 및 기자 출신의 전현무마저도 중국 진출이라는 거대한 욕망에 몰래카메라(사기)를 당한다.
생각해 보면 방송이라는 것이 거대한 사기이기도 하다. 시청자는 카메라 프레임 안의 재현된 이미지만 바라본다. 사실은 연예인을 촬영하고 지시하는 카메라 감독과 스태프들을 잊은 채 말이다. 이는 플라톤의 동굴 우화를 연상하게 만든다.
https://m.mk.co.kr/star/view/2016/111418/
하물며 스마트폰에 익숙한 MZ 세대라 불리는 이들 역시 기술을 역이용한 보이스피싱에 피해를 당하는 지경이다. 자신이 가장 믿었던 스마트폰의 배신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작년 한 해 2030세대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각각 92억원, 53억원으로 올해 9월까지 확인된 피해액만 174억원, 128억원으로 급증해 합계액 기준으로 이미 작년의 두 배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2030세대의 피해가 1년 사이 많이 늘어난 것은 피싱 기술도 AI 기술 발달에 따라 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 얼굴까지 복제해 이용하는 등 몇 년 사이 급격하게 고도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세일보, 2023.10.27 |
https://www.joseilbo.com/news/htmls/2023/10/20231027501155.html
실제로 우리나라에 사기라는 범죄는 굉장히 익숙하며 자주 발생한다. 사기는 경제 범죄로서 최근 수원 전세사기처럼 가정을 파탄 내며 심지어 피해자를 자살로 내몰게 만든다.
세계 각국에선 범죄 건수 1위가 ‘절도’인데, 유독 한국에선 ‘사기’가 1위를 차지한다. 매년 급증세다. 사기 범죄 건수가 2011년 22만건에서 2020년 35만건으로 10년 새 60% 늘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사기 범죄율 1위이며, 14세 이상 국민 100명당 1명꼴로 매년 사기를 당한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 각국 가치관 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 한국인 비율이 27%에 불과했다. 스웨덴(62%)의 절반도 안되고, 일본(39%)과도 큰 차이가 난다. ‘범죄 대가로 10억원을 받는다면 1년간 감옥에 가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한국 고교생 55%가 ‘그렇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2023.4.20 |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3/04/20/AB5Z4AR4BZFHPFZAKTLEL2OYSU/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상한 일이 공연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아내는 자녀의 학력 위조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고, 본인도 공모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출마까지 고려 중인 한 사람이 있다. 그의 딸은 의사 면허가 취소되고도 그의 후광에 힘입어 35만 대형 유튜버가 되었다.
일단 외모가 수려한 이들의 잘못에 관대하다. 비슷한 입시 부정을 저지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 정유라에 대한 싸늘했던 여론을 생각해 보라.
내년 총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오는 12월 초 광주를 찾는다. 조 전 장관은 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최근 그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호남권 입지자들과 접촉한 데 이어 광주 북콘서트 일정까지 잡으면서 신당 창당과 함께 꾸준히 제기돼온 광주 출마설도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3.10.26 |
https://www.yna.co.kr/view/AKR20231026123900054
아 참, 국가의 대형 폰지사기인 국민연금도 빼놓을 수 없다. 명백히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의 수입만을 뺏어갈 뿐이다. 정부는 선거 표를 위해 현 세대의 노후 빈곤율과 소득대체율의 상관관계만 고려할 뿐이다. 일본과 달리 결코 연금 수령액을 줄일 생각 따윈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금의 노년층이 죽고 나면 지금처럼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은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질 것이다.
–일본의 정년 후 삶이 궁금하다. “과거 은퇴자들은 연금을 일찍, 그리고 많이 받아서 노후 생활에 큰 걱정이 없었다.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연금 개혁 이후 연금 정상 수령 나이는 60세에서 65세로 늦춰졌고, 연금 수령액 역시 고령화·저출산 여파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일본은 연금을 개혁해 경제 상황에 맞춰 연금액 조정). 그러자 정년이 지났어도 노동 시장에 여전히 남아 일하는 고령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70세 남성의 35%만 일을 했지만, 2020년엔 전체의 46%가 일하고 있다.” 조선일보, 2023.9.16 |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23/0003788253?sid=001
2018년 4차 재정추계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소진 시점을 기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 전망했으며, 올해 추계에서는 2055년으로 2년이 더 빨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망이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뉴스1, 2023.10.27 |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7138189?cds=news_edit
자본주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무엇을 의미하나? 남의 돈(예금 채권자)의 고작 7%만 가지고 있어도 된다는 뜻이다. 100명 중 단 7명만 은행에서 일시에 인출해도 바로 은행 파산인 뱅크런이 일어난다.
https://www.bok.or.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0297
인간의 종교, 과학 역시 시간이 흐르면 사기임이 명백해진다. 이제는 태양이 지구를 돌거나,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이 결론 역시 타인이 설명하고 주입한 프레임에 불과하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주어진 설명을 그저 받아들이고 단 한 번도 제대로 질문하지 않는 것을 경계하길 바라며 이 글을 썼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철학의 경험론적 관점에서 볼 때 내일 태양은 뜨지 않을 수 있다. 태양, 혹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고유한 속성임을 누가 보증하는가?
전청조의 시그니엘은 우리에게 사기는 신뢰의 그림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소크라테스가 등에처럼 아테네 시민들을 괴롭혔듯이 한 번은 타인이 설명한 바가 유효한지 반문해 보도록 하자.